20‌22.

인사말

  안녕하신지요. 변화가 많은 한 해를 마치고 이 자리에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2020년은 새로운 위협이 도래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현재도 코로나 19라는 신종바이러스의 전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에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활동해야 하며 발열 체크는 이제 일상이 되었죠.
  사회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으로 인해 변화하는 중에 있습니다. 회복을 위해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코로나 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정밖청소년 자립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중장기쉼터로서 퇴소청소년의 어려움을 목격하며 안타까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일자리를 잃거나 노동 시간이 줄어들게 되어 단기적으로는 소득에 차질을 빚게 됐고, 상황은 장기화로 이어져 삶에 타격을 입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위협은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한 소득을 통해, 세금을 내고, 일반인과 같은 물질과 정서를 향유하는 경험을 통해 상처를 위로받고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나갈 수 있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어떻게 해야 단편적인 대응이 아닌 사회변화에 따른 근본적이고 적극적이며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것 같습니다.
  2021년 인사는 보다 희망찰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21년 8월

 변화가 많은 한 해를 마치고 이 자리에 있는 것에 안도감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숨 가쁜 변화 안에서, 혹은 변화가 없는 것 같은 지루함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에도 우리가 돌보는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나가더군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해를 시작합니다.
 해가 지날수록 아이들 돌보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하는 일에서 익숙함은 자만, 게으름, 무례함을 낳을 수 있는 단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 무엇보다 자신의 선택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성찰을 시도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더군요. 그 공간은 어떤 분위기로 채워져 있을까요. 어떤 소통을 하고 있을까요.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시립 신림중장기청소년쉼터는 지금보다 나아지는 쉼터, 도움이 절실한 가출청소년에게 반드시 필요한 쉼터가 될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걷겠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20‌20년 3월

‌한 해가 이렇게... 저렇게... 지났습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은 스스로에게도 서로에게도 부글거리고 꾸물거리며 속도를 거스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작할 수밖에 없기에 저마다 누르고 이끌고 따릅니다. 그리고 이런 채로 많은 해를 반복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감정을 묵인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며 새로움을 만날 수 있을지 자문해봅니다.
 돌보는 일에는 무엇보다 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려는 의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의지는 쇄신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아이들을 돌보는 우리가 쇄신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느낀다면, 그 아이들은 부정적 양육을 경험하며 다시 비극 속 인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희 쉼터는 비극을 재생산하지 않으려 몸부림쳤습니다.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다루며 나아가려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열악한 근무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의 문제에 공감하며 이야기하고,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운영하며, 각종 살림을 분담한 실무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문을 연지 햇수로 15년이 되었습니다. 두터운 시간을 경험한 중장기쉼터로서 아이들에게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하고 대외적으로도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9년 3월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가정복귀가 불가능한 가출청소년을 보호하는 서울시립 신림중장기청소년쉼터입니다.
새벽 한 시 즈음, 당직 근무를 서고 있는 실무자에게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와서 주문을 외우듯 시각을 하나씩 얘기합니다. “여섯시 오십 분!” “일곱 시!” “일곱 시 반!”등등등... 아침기상 시각입니다. 그럼 당직 근무자는 자신의 폰을 꺼내 알람을 설정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발간사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하던 일을 멈추고 습관적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기상 시간을 설정하기 위해 폰을 열었습니다.
설정을 마치고 폰을 닫다가 저장되어 있는 알람이 몇 개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61개였습니다. 모두 아이들의 요구에 의한 알람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양합니다. “많기도 하네...’라며 중얼거리며 무심코 폰을 닫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깨워달라는 건 뭐고, 깨워주는 건 뭐지?’
아이들이 기상 요청을 하면 실무자는 알람을 설정하고 시각에 맞춰 일어나 아이들을 깨웁니다. 아이들은 일어나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 속으로 나갑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요구 할 수 있는 분위기, 응답 해 줄 것이란 믿음...
사회에 속하려면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관계 속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호하는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원하는 바를 요구하고 그에 맞는 응답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무응답과 원치 않는 응답의 반복으로 요구-응답 시스템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바를 실무자들에게 요구하는 행위는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쉼터로서는 요구-응답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아이들로서는 그 울타리 안에서 성공적 경험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종적으로 홀로서기의 가능성과도 직결됩니다.
다시 폰을 열고 알람을 살핍니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알람의 주인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자신의 세계에서 쌓여가고 있을 알람들을 상상해봅니다.
지나간 하루들의 노고, 다가올 하루들의 더움과 차가움을 실무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8년 3월

 안녕하십니까. 시립신림중장기청소년쉼터입니다. 저희 쉼터는 가정복귀가 불가능한 남자가출청소년이 독립생활을 위해 준비하는 후기청소년 보호의 최전방에 있는 중장기쉼터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쉼터에서의 한 해는 준비된 사업을 실행하고 마무리하느라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하지만 유독 2016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2004년에 개소를 했고 아이들을 돌보며 존속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시설장분리 지침으로 인하여 2016년부터는 하나의 분리된 시설로 탄생됐기 때문입니다.

 2016년에는 ‘함께여도 괜찮을까’라는 영화를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조언과 선임실무자들의 인터뷰, 퇴소청소년의 삶을 조합한 영화입니다. 실무자들의 고민이 곧 가출청소년의 어두운 과거와 밝을 수 없는 미래와 직결되어 있음을 알리고자 했으며,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고 실무자 자신이 지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지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영화를 기획하고 촬영하면서 지난 시간들을 반복적으로 되짚은 작업이 필요했고 그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벌거벗은 나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 어려운 일인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복합적인 일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를 살피는 것부터 아픈 곳은 없는지, 누구와 어떤 일이 있는지,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는지 등... 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관심의 눈길이,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지 아실 것입니다. 우리가 돌보는 아이들은 그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하여 이 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무엇에 집중하고 고민해야 하는지 자명한 것이지요. 하지만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우리 쉼터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어느 지점에서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햇수로 14년이 됐고 독립된 시설로서 보면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할 만큼의 노하우가 있고 새로움을 맞이할 만큼의 의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그 위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고민하겠습니다.